텔아비브 욥바교회 2020년 3월 14일 설교 이익환 목사
토라포션 18 우상 Vs. 안식일
“백성이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딤을 보고 모여 백성이 아론에게 이르러 말하되 일어나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니라” (출 32:1)
2008년 9월 16일은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선고한 날이다. 이를 시작으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같은 날 런던 소더비(Sotheby’s) 경매장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Damian Hurst)의 ‘황금송아지(The Golden Calf)’라는 작품이 한화 230억이란 낙찰가에 팔렸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금(Gold)은 인간으로부터 가장 최선의 것을 끌어내는 동시에 최악의 것도 끌어냅니다. 마이다스 왕은 굶어 죽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오늘 토라포션에는 금송아지 사건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역사상 가장 최악의 것을 끌어낸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금송아지 사건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금송아지 사건 바로 전과 후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한가지 명령을 내린다. 그것은 안식일을 지키라는 것이다. 왜 안식일 계명 사이에 금송아지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함께 살펴보며 은혜를 나누고자 한다.
출 32:1, “백성이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딤을 보고 모여 백성이 아론에게 이르러 말하되 일어나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초조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했다. 그들은 모여서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고 아론을 압박했다.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 것은 철저히 불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불신앙은 결국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숭배의 대상으로 찾게 한다. 그것이 ‘우상숭배’로 빠지는 길이다.
출 32:4, “아론이 그들의 손에서 금 고리를 받아 부어서 조각칼로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드니 그들이 말하되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하는지라” 왜 금송아지가 하나님을 대체하는 신이 되었을까? 송아지는 당시 “힘과 재물(풍요)과 다산(多産)”의 상징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 있었을 때, 그들 역시 아피스(Apis) 황소를 신성시하며 숭배했다. 아피스 황소는 애굽의 태양신인 프타신(ptah)의 형상이었다. 그리하여 당시 금송아지 신상은 소의 두 뿔 사이에 태양이 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지난 주 우리는 출애굽의 목적이 단순히 바로의 강제노역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누었다. 출애굽의 목적은 하나님을 섬기는 예배공동체를 만드는데 있었다. 하나님이 해를 어둡게 하는 재앙을 내리신 것도 프타신에 대한 숭배를 무력화 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세상신 숭배에서 벗어나 오직 한 분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불안한 상황속에서 하나님의 방법과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그들이 익숙했던 신을 찾았다. 힘과 번영을 약속하는 금송아지 형상 앞에 다시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이러한 우상숭배의 역사는 약 400년 뒤 북이스라엘 여로보암왕에 의해 반복된다. 왕상 12:28, “이에 계획하고 두 금송아지를 만들고 무리에게 말하기를 너희가 다시는 예루살렘에 올라갈 것이 없도다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올린 너희의 신들이라 하고” 아론의 대사와 똑같다. 이들은 하나님을 자기들의 욕망에 맞춰 재구성한다. 이들에게 있어 하나님은 자신들에게 안전과 번영을 가져다주는 존재였다. 그들에게 황소 형상은 우상숭배가 아니라 단지 하나님의 상징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금송아지 형상은 명백한 우상이었다.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제 2계명의 위반이었다. 금송아지 사건은 이스라엘을 예배공동체로 부르신 하나님의 부르심으로부터의 일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우상숭배는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금융가 한복판에 황소상이 있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 걸까? 사람들은 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고 하여 너도 나도 기념샷을 찍는다. 금송아지 우상숭배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최고’라는 황금만능주의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소비하기 위하여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을 살 수 있는가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까지도 구매한다. 랍비 조나단 삭스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주의(Consumerism)는 새로운 종교가 되었다. 소비주의의 대성당은 쇼핑 센터이며, 소비주의의 가장 큰 죄는 ‘올해의 모델’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소비주의 사회(Consumer societies)는 경제 성장을 위한 소비를 자극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광고는 우리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우리의 마음을 쏟도록 수천가지의 아첨을 쏟아놓고 있다. ‘이것을 사라, 저것을 입어라, 여기서 쇼핑하라, 저기서 휴가를 즐겨라, 그러면 너는 행복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재정 붕괴는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돈을 빌리기 때문이고, 그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기 때문이고, 지속되지 않는 행복을 얻으려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불만족을 지속적으로 창출함으로써 소비주의 사회는 실제로는 불행의 생산과 분배를 위한 아주 정교한 메커니즘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처음 질문을 해보자. 왜 성경은 금송아지 사건 바로 전후, 안식일에 대한 계명을 기록한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안식일이 번영을 숭배하는 인간 문제에 대한 처방이기 때문이다. 금송아지 사건 이후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모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출 35:1-2,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사 행하게 하신 말씀이 이러하니라 엿새 동안은 일하고 일곱째 날은 너희를 위한 거룩한 날이니 여호와께 엄숙한 안식일이라 누구든지 이 날에 일하는 자는 죽일지니”
안식일에 우리는 일을 멈춘다. 돈과 소비가 목적이 되어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았던 삶을 뒤로 하고, 우리는 하나님의 시간속으로 들어간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회에서는 믿음의 가족들과 함께 예배하며, 우리가 예배공동체라는 의식을 새롭게 한다. 우리는 이 날 함께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우리에게 주신 것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우리가 없는 것으로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회복한다. 따라서 안식일은 더 소유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소비주의 사회로부터의 영적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안식일을 통해 이 세상에서 누가 참 신인가를 다시 한번 고백하게 된다. 맘몬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의 주인임을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이 모든 축복의 근원임을 고백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소유와 성취에 대한 염려와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안식일을 지킴으로 세상의 지배가치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안식일을 통해 번영을 약속하는 우상의 미혹을 차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안식일에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안식을 온전히 누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한 주간의 일상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로 살 수 있게 된다. 다수의 광기가 만들어 낸 보이는 우상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경외하며 따르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 네 주째 샤밧예배를 함께 드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모이지 못하지만 우리가 예배공동체로 부름을 받았다는 그 부르심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의 능력과 기술을 과신하며 정신없이 달려왔던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거대한 멈춤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이 멈춤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성공과 번영으로 미혹하는 세상의 우상에서 돌이켜 다시 하나님 한 분만 섬기는 백성으로 거듭나는 시간들이 되길 바란다. 광야와 같은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 한 분만 따르고 섬기는 예배공동체로 거듭나게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